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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서재

구름에 달 가듯이

by UrimStory 2024. 1. 20.

도서관에 꽃혀있는 제목을 읽자마자 책을 빼어들었다. 학창시절 유일하게 외우고 있던 시였고, 그때 이후로 잊어버리지 않는 유일하게 외우고 있는 시인 나그네 를 쓴 시인의 글이 제목이었기 때문이었다.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 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시를 만나게 된 학창시절 난 이 글이 그림 같았다. 한 선비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손을 휘적거리며 노을진 한 마을 안으로 고즈넉하게 걸어 가는 동양화 같은 그림이 그려져서 이 시를 유일하게 좋아 했었다. 머리 속에 박혀있는 이 시는 내 삶의 서랍에서 가끔 꺼내어 보는 시였다. 

 

저자는 이 시인의 일대기를 시와 함께 스토리텔링 처럼 그려 내렸다. 나그네라는 시의 탄생이 시대의 아픔을 겪고 있는 조지훈 시인의 화답시로 쓰여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좋아졌다. 

 

목월이 서정 시인으로서 노래했던 자연은 공간을 초월한 것이었다. 살아있는 상징적 실재로서의 한국적 자연이리고 할 수 있다. 평생 그의 정신의 바탕이 되고 그의 작품에 깊은 정서를 제공한 원천은 결구 '향수' 였던 셈이다. 목월에게 경주라는 공간과...

 

내의 삶의 전환기때인 뉴질랜드에서 DTS에서 3개월간의 훈련 후 중앙아시아를 3개월 동안 돌아 다닐 때 중앙 아시아의   산에 야자수 속에서 나는 경주의 소나무가 그리워졌었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에도 한국의 산에 대한 향수를 느꼈던 것이었다.  돌아오자마자 부모님을 모시고 경주로 화해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와 쌓이 높인 담을 분노의 담을 부수고,  타지에서 느꼈던 그리움을 채우기 위해 소나무를 실컷 보았던 여행지 경주가 이 시인에게서도 한국적 자연의 공간에서 시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에 반가움이 느껴졌다.

 

시를 쓰는 마음은 항상 나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덕 목월 이었다. 환한 햇살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대기의 맑은 공기를 숨 쉴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더 이상 욕심내지 않는 어진마음 죽어서도 그 몸뚱이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거룩한 존재의 숭고한 마음이 바로 나무의 마음인 것이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아래서 바랑에 살랑거리는 잎의 움직임의 소리를 들으며 책 한권을 끼고 한낮의 빛에 졸음으로 끄덕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포근함을 온몸으로 받는 모습을 그려보며, 목월의 시인의 시를 읽고 한겨울의 차가운 마음을 따뜻한 곳으로 공간이동을 해본다.  

 

나는 구름을 아주 좋아한다. 이 시인도 좋아하지 않았을까? 삶의 한자락 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 구름들을 자주 만난다. 구름이 나의 어릴적 친구가 되어 주기도 했고, 격력가 되어 주기도 했다.  오늘 이 한권의 책이 내게 위로를 준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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